한 소녀시대팬이 동방신기팬께 드리는 글




(냉정하게 말해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대중문화를 소비함에 있어서 기획사가 생산자 입장이라면 아이돌은 상품이겠고, 우리 같은 팬들은 소비자겠죠. 그러나 다른 산업 부문의 소비자들 보다 팬들이 소비자 입장에서 생산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은 상당히 적은 것 같습니다. 그건 팬덤이라는 소비자들이 아이돌을 언제나 바꿔 선택할 수 있는 단순히 상품으로 대하지 않고, 특별한 관심과 애정의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여기서 기획사와 아이돌, 그리고 팬층에 걸친 기묘한 삼각의 긴장관계가 형성, 가시화됩니다. 팬들의 경우는 이런 질문에 적어도 한 번쯤은 직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좋아했던 SM의 잘 가공된 상품일까, 아니면 동방신기 그 자체일까?" 질문을 부인하고 전자쪽으로 기우는 사람은 SM이 준비한 다른 아이돌로 옮겨가서 팬질을 하면 되겠죠. 다만 후자의 경우를 택하더라도 사실 팬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아이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만한 것은 그리 없습니다. 팬클럽에도 SM공인마크를 붙이고 노래 응원방법까지 기획사에서 짜서 알려주는 상황에서 팬들의 자율성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상황이죠. 그리고 우리는 그 사실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하면서 팬질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구요.

 

 저는 SM과 소속 아이돌 간의 끊임없는 분쟁들을 보면서 이제 팬들이 어느 정도 소비자 입장에서 하나의 '소비자 운동'을 벌일 때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저도 소시 팬으로 아이들을 무리한 스케줄로 돌리는 기획사에 대한 불만이 점점 크게 쌓이고 있기도 하구요. 물론 지금 카아 분들이 하고 있는 포털 사이트 등에서 대중들의 여론을 바꾸기 위한 '총공격' 역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긴 하겠지만, 앞으로 계속되서 일어날 기획사들의 횡포에 맞서기 위하여 그것보다 더 적극적인 방법을 강구해보아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슈주 팬들이 새로운 멤버 영입 문제를 두고 주장하기도 했던 주식 구매 역시 아주 강력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이미 이통동신사들의 횡포에 맞서 벌어진 '소액주주운동'의 팬덤 버전으로 하면 될 것 같네요. 물론 팬들이 하나의 특정한 조직으로 뭉쳐 있지 않고 이곳 저곳 산개되어있기 때문에 힘든 이야기이긴 하겠지만, 참여연대나 문화연대 같은 시민단체들과 연계하여 소액 주주 운동을 선언하고 그때부터라도 하나의 범 팬덤적인 조직체를 만들어 나가면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운동의 가장 큰 목적은 관행화되어있는 기획사와 아이돌 사이의 불공정한 계약 관계를 고쳐 나가는데 있겠죠.

 

 현재 SM 주식 총 자산이 한 900억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카아 분들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돌 팬덤 중에서 가장 크고 잘 뭉치는 팬덤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크게 잡아서 30만, 적게 잡아도 10만을 넘을 것 같네요. 현재 SM 주식이 4000원 선인데, 1인당 10만원 씩만 SM 주식을 구매해도 100억입니다. 현재 SM 지분의 25% 가량을 이수만 이사가 보유하고 있고, 17% 정도를 에이백스가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100억이면 11% 입니다. 팬들의 의견을 반영하기에 충분한 지분이죠. 소액 주식들의 권리를 위임할 조직체를 만드는 것이 어렵긴 하겠지만, 현재 장자연,  유진 박 사건 등으로 기획사들의 횡포가 충분히 사회적 의제로 가시화 되고 있는 만큼 팬덤과 시민 단체들이 충분히 협의를 가진다면 팬덤의 소액주주 운동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저만 해도 팬질에 십수만원을 쏟아붓는걸 아깝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SM 주식 수십만원 어치 사기가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기부나 구매를 통해 자신의 자산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 형태로 바꾸어 보유하는 것이니까 사실 돈이 드는 일도 아니에요. (물론 주가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있겠지만, 주식 보유의 목적이 자산 증식이 아닌 아이돌의 권리 증익을 위함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건 무시할 수 있겠죠.) 저는 카아 분들이 이번 사건을 토대로 무시당해 왔던 팬-소비자들의 힘을 새롭게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운동이 전개 된다면 저 역시 수십 만원 정도 함께 참여할 의향이 충분히 있구요.

 

 동방 팬덤 중 구심점이 될만한 어떤 조직체가 있다면, 이런 운동을 전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미 '아이돌'이 등장한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기획사 자본에 의하여 종속적인 관계에 놓일 수 밖에 없는 아이돌과 팬덤의 역사는 흔들림 없이 계속 되고 있어요. 이번 사건을 출발로 무언가 새로운 관계가 생겨나야 할 시기가 아닐까요? 팬덤들의 소액 주주 운동, 이제는 정말 하나의 의제화가 되어야할 필요를 느낍니다.

 
by 프리스티 | 2009/08/01 18:10 | 듣다 | 트랙백 | 덧글(6)
트랙백 주소 : http://freesty811.egloos.com/tb/193434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at 2009/08/01 18:1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프리스티 at 2009/08/02 08:35
작년 초에 전개되었던 슈퍼주니어 팬들의 일팬일주 운동

http://cafe.daum.net/onefanonestock/22I8/4

재미있게도 기존 SM 소액 투자자들과 연계한 사례입니다. 정작 팬들은 천주 가량 구매했는데, 기존 투자자들의 물량(?)이 워낙 막강해서 SM 주식 11만 5천 656주를 모아서 주주총회에 참석했다고 하네요. 그러나 정작 주총이 형식적으로 끝나는 바람에 제대로 참여하지도 못했다는 후문입니다. 어쨌든 당초 목적이었던 슈주 신 멤버 영입 반대라는 목표는 이뤄냈군요.

이때 팬 대표 1인이 입금을 받아서 혼자 주식을 매입하는 방법을 취했는데, 이런 방법이 금융실명 원칙에 어긋나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에 많은 팬들이 매입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개인이 각기 주식을 매입하고 법인체에 주주 권리를 위임하면 현행 법상 문제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만약 정말로 이러한 주주운동이 전개된다면 그런 일을 전담할 만한 법인체가 꼭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프리스티 at 2009/08/02 08:35
듀게에 이 글이 링크되었군요. 리플 중에
-----------------------------------------------------------------------------------------
상법을 공부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소액주주들이 회사에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없습니다.
실제로 회사에 의미있는 행동의 개시(이사 해임 청구 등)를 위해서는 소수주주권(少數株主權)이 있어야 하고
주식 총수의 1/10이상(혹은 1/20이상)을 보유한 소수주주만이 이러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지요
동방신기 팬들이 주식을 10%사고 법인을 설립해서 주식을 법인재산으로 한 후에 법인을 통해 소수주주권을 행사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실현가능성은 0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
라는 리플이 있는데, 대표소송등의 주주권 행사는 회사 지분 0.05% 가량만 보유해도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경영권에 간섭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회사-아이돌 사이의 불공정한 계약 관계나 무리한 스케쥴 강요를 감시하고 지속적으로 압박을 넣기 위한 방안이기 때문에 지분을 10% 확보할 필요까지는 없겠죠.
Commented by 프리스티 at 2009/08/02 08:36
이미 SM 지분의 50퍼센트 이상은 이수만 계열 인사들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경영권 위협은 불가능한 이야기겠지만, 지속적인 여론 환기의 효과를 생각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미 팬덤의 기부 문화가 활성화 된 상황이니 만큼 인식 변화만 있다면 주주운동도 어렵지 않겠죠. (다만 워낙 팬들이라는 존재가 워낙 루머에 약하고 귀가 얇아서 어느 정도 신뢰가 유지될지는 모르겠군요-_-;)
Commented by 프리스티 at 2009/08/02 08:36
중요한 것은 만약 이러한 행동이 시작된다면 '멀리 보고 넓게 보는' 방향성을 취해야된다는 것이겠죠.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동방신기 뿐 아니라, 이미 주주운동의 경험이 있는 슈주나 현재 가장 착취-_- 당하고 있는 소시나 앞으로 가장 고생할 샤이니 팬들이나.. SM팬들이라도 연대할 수 있어야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SM 주가 오르면 이수만 좋은 일 하는거 아니냐, 라는 말도 있는데 SM을 아예 망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계약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 목표니까 - 그리고 장기적으로 지금과 같은 분쟁으로 기업 불안정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니 - SM과 아이돌들은 결국 함께 가는 존재라는 것을 생각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SM이 무리한 계약과 스케줄을 강요하는 것은 사실 기획사의 악독함에서 비롯되었다기 보다는 SM이라는 기업이 우리 생각보다 수익 구조가 빈약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작년까지 이렇다할 순익을 내지도 못했구요. 이수만 개인에 대해 적대심을 가지기 보다는, 우리가 SM아이돌의 소비자 입장에서 기획사 - 아이돌 - 팬덤의 공생을 꾀한다는 넓은 관점을 가져야겠습니다.

슈퍼주니어 팬들의 일팬일주 운동 같은 경우에는 주가 상승으로 얻은 이익과 배당금을 슈주 이름으로 기부했다고 하네요. 법인체가 생겨난다면 이익금의 대부분을 기부한다던가 하는 방향으로 하나의 '사회적 기업' 역할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Commented by Nagahiro at 2009/08/22 03:48
.....ㅎㅎㅎㅎㅎㅎㅎㅎ 내 뇌내피하수체에도 지방질이 가득 찼나보다... 주식관련만 넘어가면 그냥 산화해버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