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때는 조선 후기, 점점 병들어가는 나라와 굶주리는 백성들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선비 넷이 있었다. 방에 둘러 앉아 서로 시대를 탄식하고 세상을 걱정하기를 몇 년, 그들 중 성격이 급하나 정의롭고 강직한 김은손이라는 이가 자신들을 책망하며 말하길, "세태를 걱정하고 있을 것 만이 아니라, 우리가 떨쳐 일어나 나라를 바꾸고 백성을 구하는 일에 앞장 서야하지 않겠소?" 라 하였다. 이에 다른 세 선비 역시 동감했지만, 젊은 혈기에 의욕은 충만하나, 부족한 공부 탓에 마땅한 의견을 내놓지 못하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어느날, 그 중 송주헌이라는 이가 모임에 두 권의 서책을 들고 왔다. 그중 선비들이 펼친 한 권은 경세와 치국의 이치와 사회 변혁의 뛰어난 이론이 적혀있는 서책이었다. 하루 동안의 정독 끝에 책을 모두 읽은 네 선비는 모두 무릎을 치며, "우리의 공부가 부족해 세상을 바꿀 길이 요원했거늘, 이제 우리를 선도할 뛰어난 이론이 생겼으니 변혁을 위한 행동을 실천에 옮겨야겠구나!" 라 소리쳤다. 성질이 급한 김은손은 벌써 부터 방 문을 열고 뛰쳐 나가려 할 정도였다. 책을 가져온 송주헌이 그를 말리며, "아직 한 권의 책이 더 있으니, 이 책에서 더 배우고 난 후에 지혜로 세상을 밝힙시다." 라 했다.

두번째 책은 작자가 만년에 저술한 회고록이였다. 그는 글에서 이렇게 개탄했다. "내 젊을 적에, 세상을 바꾸려 결심하고 수십년의 공부 끝에 지혜를 담은 책을 내놨으나, 이를 응용해 세상을 평안케 해야할 양반 사대부라는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귀담아 듣지 않고, 오히려 혹세무민의 사상을 담았다며 책을 소각해버리니, 세상을 구할 경륜과 지식이 있으나 실천할 방도가 전무하구나!"라 하였다. 이에 네 선비들 역시 탄식하며 울었다. 김은손은 복받쳐 오르는 안타까움에 방에서 뛰쳐 나가려 했으나, 방 문턱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넘어진 채로 주먹으로 땅을 두드리며 말하길,
"방을 드나드는 것 마저도 품은 마음처럼 진행되지 않는데, 세상을 바꾸고 백성을 구하는 일에 어찌 장애가 없으랴. 우리들은 그동안 모두 허사가 될 일에 매달리고 있었구나"라 했다.


고3 수험생인 프리스티라는 학생은 평소에 정치, 사회에 관련한 토론이 벌어졌을 때, 자아도취에 빠져 얼치기 사상과 이론으로 자신의 말이 항상 옳다 주장하며 친구들을 홀리곤 했다. 어느 날 자율 학습 시간에 잠시 졸다 네 선비에 대한 꿈을 꾸고 깨어나 자신에 대해 반성하고 부끄럽게 여기게 되었다.



----------------------------------------------------------------------------

그러나 꿈에서 완전히 깨어나 아침 일을 회상하는 지금, 도대체 꿈은 무슨 의미였으며, 자신은 무엇을 반성했는지 잊어버리고 말았다 (....)
by 프리스티 | 2004/06/12 00:18 | 2년간의 기억들 | 트랙백 | 덧글(8)
트랙백 주소 : http://freesty811.egloos.com/tb/56897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산왕 at 2004/06/12 00:22
결론이 긍정적이니 좋습니다
Commented by shiningsaver at 2004/06/12 00:35
자신을 돌아봤다니 된거죠. 머
Commented by 고구마크림 at 2004/06/12 05:31
꿈을 자꾸 잊어버립니다. 너무 아까워요. 자신이 낳은 보물이 손가락 사이로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어차피 다시 낳으면 된다고 자위하기를 여러번.

하아.
Commented by 알트아이젠 at 2004/06/12 10:21
꿈에서 세계를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올때가 있죠.
문제는 잠에서 깨면 다 사라지지만 말입니다.
Commented by 시대유감 at 2004/06/12 11:53
자율학습시간이 잠이 잘 오죠. 괴상하게도..
Commented by 요아킴 at 2004/06/12 18:06
저 꿈.... 제가 사겠습니다(어째서?;;)
Commented by _권_ at 2004/06/13 11:47
꿈은 언제나 꿈일 뿐입니다. 허상이고, 절망이지만 기적을 이루는 원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꿈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Commented by 저기요 ;;; at 2008/07/13 22:33
제가....본명이 '김은손' 이라 잠시 봤습니다만 것참;;;;

님과 무슨 인연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자주 들러 뵙지요.

:         :

:

비공개 덧글